감사하는 요즘

2011 2011. 12. 27. 00:30








이곳으로 이사온지 이제 한달이 갓 지났다.
뒤돌아보면 정말 오래된 것 같은데 아직 한달밖에 지나지 않았다.
요즘은 밀린 일도 많고 밤에 잠도 잘 안와서 늦게까지 깨어있는 편인데
밤에 음악을 들으며 잠깐 멍하니 있노라면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이 잘 안갈때가 있다.
무일푼으로 시작해서 일을 하고 먹고 살고 그러면서 짬짬이 돈을 모아
보증금을 만들어 사무실겸 집겸 나에겐 넉넉하게 쓸 수 있는 오피스텔을 얻었다.
매달 내야하는 월세는 긴장을 갖고 살기 위한, 스스로를 위한 장치랄까...

이 작고 아늑한 내 보금자리 안에는 그동안 내가 꿈꾸던 모든것들이 함께하고 있다.
예쁜 책상도 세개나 있고 식탁도 있고 튼튼한 책꽂이도 있고 씩씩한 프린터도 있고 깜찍한 스피커도 있고
좋은 의자도 두개나 있고 손님용 동그란 의자도 네개나 있고 고양이실내화도 있고 곰발 실내화도 있고 
장모님(곧)이 사주신 쿠쿠밥솥도 있고 그안엔 아까 한 죽이는 밥도 있고(나 밥 겁나 잘해)
전자렌지도 있고 냉장고 안엔 죽이는 김치도 있고 시리얼도 있고 우유도 있고
퍼펙트그레이드 막투도 있고 고양이 인형도 10개가 넘고 라꾸라꾸도 있고 따뜻한 이불도 있고
일해놓고 받을 돈도 있고 한창 하고 있는 일도 있고 해야할 일도 있고 지금 방금 들어온 일도 있고...
너무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들 투성이..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보금자리를 함께 꾸며가주는, 걸어서 5분거리인 집에서 책보면서
페이스타임으로 마주하고 있는 예쁜 아가씨가 있고, 우리는 3월에 결혼을 한다는 것.
이게 가장 신기하고 감사한 일이 아닌가 싶다.
정말.. 신기하고 감사한 일...

지금도 자다가 깜짝깜짝 놀라서 깨곤 한다.
근 십년동안 난 어딜가도 편하게 있었던 적이 없었는데
항상 떠돌이 생활을 했던것 같은데
이제야 오랫만에 내 집으로 돌아온 기분이 든다.
참 많은 사람들에게 민폐도 많이 끼치고 신세도 많이 졌는데
언제 다 갚을 수 있을까..

암튼 정말 감사한 일 투성이
눈물나게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 투성이...






> 요즘 제일 좋아하는 노래.
   딱 요즘 내 맘 같은 노래. 
   루시드 폴 - 어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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