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오웰 '동물농장' 표지 - 펭귄북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
이야기 속 돼지들은 처음엔 모든 동물들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꿈꾸며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욕심을 가진 무리가 생겨나고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정적을 제거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후로도 끝없이 그 정적에 대한 나쁜 소문들을 만들어 내며 시민들에게서 그의 존재를 지우고 악마화시킨다. 오늘날의 정치 상황과 너무 비슷하다.
정적을 제거한 돼지들은 철저히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기득권 카르텔을 만들어서 시민들을 갈취하고 공권력을 폭력으로 사용하며(이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 동물이 ‘개’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권력의 개’ 입에 착착 붙는다.) 자신들을 지킨다. 그들은 잔인하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시민들을 핍박하고, 정치적으로 장해가 되는 이들을 제거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그리고 이후에 자신의 죄를 자백하고 심판이라는 이름으로 학살당하는 동물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언급되지는 않았으나 잔혹한 고문과 협박으로 죄인으로 ‘만들어져서’ 잔인하게 살해되고 가족마저도 낙인찍힌 비참한 삶을 살게 만드는 우리의 역사가 투영되어 마음이 아팠다.
정적을 제거하고 ‘만들어진’ 반역세력도 제거한 후 더욱더 공고해진 기득권은 나팔수를 사용하여 일반 시민들에게 ‘대의’, ‘희망’으로 포장된 비전을 제시하고 시민들이 맹목적으로 그를 위해 스스로의 현재 삶을 희생하도록 만든다. 이때 성과에 대한 수치를 조작하여 시민들이 현실에 안주하게 만들고 대외적으로도 거짓정보를 내보내어 세상의 눈을 가린다. 오늘날의 언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부자가 되라고, 지금 이 부동산을 사라고, 모두가 지금 주식을 하고 있다고, 끊임없이 선동하며 시민들이 눈앞의 이익에만 몰두하게 만드는 기득권과 그들의 나팔수들.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아비규환 속에서 시민들의 삶만 더욱 피폐해지지만, 정작 시민들은 자신들의 삶이 왜 이렇게 힘든지에 대한 고민과 의심이 없다. 기득권과 언론은 그럴 때마다 서로의 탓을 하게 만들고, 이미 제거된 정적의 탓을 하게 만든다(정치관이 다른 상대를 원수처럼 여기며 서로 싸우고, 이 모든 게 다 전정부 탓이라고 하는 정치권과 언론의 이야기와 너무 흡사해서 소름이 돋는다.).
이 이야기의 마지막은 처음에 혁명을 이야기하던 돼지들이 결국 혁명의 대상이었던 인간들과 똑같은 모습이 되어 누가 돼지인지 누가 인간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었던 1940년대 공산주의의 소련이나, 지금의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이나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에 씁슬하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그러나 어떤 이들에게는 더욱 민주공화국이다.”
이게 오늘날 우리나라의 현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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